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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빨갛게 물든 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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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창현명지대경영무역학부 교수寸 지난주 파리 관광을 하던 날 아침부터 날씨는 흐리고 추웠다. 그런데 시내 곳곳에 경찰들이 쫙 깔려 있는 것이었다. 여행가이드에게 문의하자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방문중이라는 것이었다. 주석이 지나는 길목은 예외 없이 통제되었고 덕분에 시내관광에 아주 불편을 겪었다. 오후에는 방향을 파리 외곽으로 틀어서 베르사이유 궁전에 갔다. 절대군주의 힘을 느낄 수 있는 건물이었다. 건축 당시에는 수많은 국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350여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후손은 조상들이 지어놓은 건물들과 유산 덕분에 일년에 약 350억 달러라는 엄청난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역사의 아이러니라고나 할까?
 저녁때 파리로 돌아와서 한국식당을 찾아 식사를 하기까지도 교통통제 때문에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어렵게 도착한 식당에서 바라보이는 에펠탑은 전체가 빨갛다 못해 그 옛날 정육점의 조명을 연상시키는 시뻘건 조명으로 둘러싸여있었다. 식당 주인에게 이유를 물어보자 “중국인들이 빨간 색을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는 군요” 라는 대답이었다. 후진타오 주석의 방문으로 인해 낮부터 밤까지 교통을 통제하면서 법석을 떨더니 이제 에펠탑의 조명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 색으로 바꿔버린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2004년을 중국의 해로 정했고 파리 중심 샹젤리제에서 춘절 기념행사를 치르도록 허용했다는 것이었다. 중국을 향한 구애가 낯간지러울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고속전철에 프랑스산 TGV를 납품하고 또한 프랑스가 제작하는 항공기인 에어버스를 중국에 보다 많이 팔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해마다 급증하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배려도 깔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파리의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퐁피두 센터의 일층 바닥에는 커다란 세계지도가 그려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지도위에서 지명을 찾기도 하고 놀이를 하기도 한다. 퐁피두 센터를 방문한 날 아시아의 구석에 위치한 한국의 지도를 보며 누군가가 낙서를 해놓은 것을 발견했다. 타케시마(Takeshima)라고 영어로 써있는 곳에 누군가가 이 지명을 볼펜으로 긋고 독도(Dokdo)라고 써놓은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관광객이었겠지만 기분은 찜찜했다. 중국에 속한 지역의 지명이 잘못 표기되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었을까? 아마 최소한 제대로 고쳐진 지명을 인쇄하여 해당 되는 곳에 정식으로 붙여놓았지 않았을까? 관광객이 볼펜으로 긋고 독도라고 써놓아서 다케시마라는 글자도 보이고 독도라는 글자도 보이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약간 화가 치밀었다.

 국민소득이 1조달러를 넘는 세계 5위 수준의 선진국 프랑스가 엄청난 속도로 부상하는 중국을 향해 펼치는 낯뜨거운 구애작전을 보며 문득 우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주외교가 어떻고 동맹외교가 어떻고 하는 논쟁을 벌이면서, 몽골을 제외하면 한국만이 아무 국가와도 FTA를 체결하지 못한 유일한 나라라는 얘기나 듣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우리나라의 통상외교 시계는 몇시를 가리키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가 전체적인 성장전략을 토대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영향력이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모습을 느끼면서 우리의 경제와 외교도 이제 제자리걸음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우리에게는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63빌딩을 새빨간 조명으로 물들여 놓을 정도의 유연성이 존재하는가? 때가 지나도 한참 지난 자주외교를 들먹이며 스스로를 너무 경직적으로 몰아가고 있지는 않은가? 명분보다는 실리가 중요한 때에 지나친 명분론을 토대로 경직적 자세를 가지는 것을 옳지 않다.

국가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국가통상외교전략의 유연성을 확보할 때다.

윤창현명지대경영무역학부 교수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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