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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양대 간식' 호빵과 호떡의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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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먹거리 열풍 제2의 전성기 호빵과 호떡



지금, 배는 든든해지고 마음은 넉넉해지는 '천원의 행복'을 찾으라면 무엇을 떠올리시겠습니까.
요즘은 아이 과자 값도 천원주고는 못산다 하지만 이 두 먹을거리만은 아직도 천원만으로도 충분한데요. 철문이 열리면 김을 모락모락 내며 등장하던 호빵과 노란 설탕속이 혀를 놀래주던 호떡입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할머니 두 분이 고된 시집살이부터 자식 낳아 키운 사연까지 끝없이 쏟아내던 이야기보따리처럼, 지금 호빵과 호떡이 지난 세월의 넋두리를 풀어냅니다. 복고먹거리 열풍을 타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호빵과 호떡의 지난 사연과 현재의 모습을 들어봅니다.

▶언제, 어디서 왔는데예?

호빵이 왜 호빵인 줄 압니꺼. 김이 나는 따뜻한 빵을 '호호' 불면서 먹었다 해서 호빵이라 했어예. 해방 후 미국에서 밀가루가 엄청 들어와서 감당이 안될 때 내가 등장했어예. 집집마다 식용소다를 넣어 만들어먹고 작은 빵집에서 그날그날 만들어 팔기도 했지예. 그런데 1971년도에 삼립이라는 기업에서 포장호빵을 팔기 시작했는데 대박이었지 않습니꺼. 당시 하루 100만개가 팔렸으니까. 정부에서 벌였던 분식장려운동하고 단팥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성향이 맞아 떨어졌던 겁니더.

그래봤자 한 30년 됐네요. 나는 100년을 더 거슬러가야 됩니더. 원래 청나라 군인들이 내를 즐겨 먹었습니더. 청나라군인들이 먹었다고 해서 '오랑캐떡'이라고 놀림도 많이 받았어예.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청나라 육군이 서울에 들어왔어예. 이때 청군을 따라온 40명의 청나라 상인들이 바로 우리나라에 첫발을 디딘 화교였지예. 화교들이 퍼트린 게 바로 접니더. 원래 중국 호떡은 부추나 돼지고기가 들어있거나 아무것도 없는 형태였거든예. 먹고 살려면 한국 사람들 입맛에 일단 맞아야 안되겠습니꺼. 조청 넣고 꿀 넣고 흑설탕 넣고 해서 입맛에 딱 맞췄지예. 처음에는 서울 중국대사관 근처에 있었는데 소문이 나면서 전국에 퍼졌다 아입니꺼.

▶어째서 이래 잘 나가게 됐는고?

지는 삼립, 기린, 샤니 등 지금도 장수하고 있는 기업이 키웠어예. 포장빵을 어떻게 하면 갓 찐 호빵처럼 먹을 수 있을까 고민 고민해서 만들었지예. 그래서 만든 사람들이 말하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어예. 찜통에 들어간 지 2시간 후가 가장 맛있다고 하고 전자레인지에 넣을 때는 물을 묻혀서 비닐에 씌운 다음 2개에 한 2분정도 돌리면 빵집에서 막 만든 듯한 따뜻한 호빵이 나온답니더.

'호떡집에 불난다'는 말이 있지예. 지는 쫄쫄호떡, 서태웅호떡 등 호떡하면 유명한 작은 가게들이 나를 키웠지예. 조그만 가게 앞에서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호떡집에 불난다 라는 말이 딱 그 말입니더. 청주명물인 쫄쫄호떡은 기름에 넣고 튀긴 호떡이고 서울 서강대 앞에 서태웅호떡은 아몬드·땅콩·해바라기씨·호박씨·건포도까지 별의별 고명이 다 들어있는 그 맛이 독특하다 하데요. 뭐니뭐니해도 호떡은 뒤집는 맛과 반죽맛이라 안합니꺼. 찹쌀을 적당히 넣어서 쫄깃하게 반죽하는 것 하고 노릇노릇한 색깔이 들라치면 재빨리 뒤집는 기술이 맛을 좌우하지예.

▶요즘 신진 호빵·호떡은 어떻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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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마이소. 내 별거 다 봤다. 일단 속을 안 열면 몰라. 삼립식품은 이번에 '매콤불닭 호빵', 초콜릿색 회오리 모양의 '초코 호빵', 단호박을 넣은 '단호박 호빵', 묵은지를 넣은 '김치 호빵'을 떠오르는 차세대 호빵으로 등장시켰더만. 기린은 '고구마 호빵' '귀리통팥 호빵'을, 샤니는 '햄치즈 찐빵' '너비아니 찐빵' '매운 잡채맛 찐빵'을 앞세웠데예. 겉색깔도 각양각색이라 그냥 지나치면 못 알아봅니더.

요즘 우리 신진세력들은 굉장히 가정적입디더. 동네마트만 들러도 '찹쌀호떡믹스'라 해서 길거리 맛보다 더 쫄깃하게 반죽할 수 있도록 통에 딱 넣어서 팔리고 있더만은. 어떤 제품은 물도 필요 없고 속도 필요 없는 것도 있다데예. 2500원 하는 그거 하나 사면 호떡 10개는 만들 수 있다고 하데요. 그 안에는 호떡 속에 넣는 재료도 들어있어서 집에서 굽는 것만 잘하면 된답니더.

▶그래도 전성시대만 하겠습니꺼?

신참들이 그리 올라와도 그래도 제일 잘 팔리는 게 팥 호빵이랑 야채호빵이라 안합니꺼. '엄마 100원만' 하던 때니까 한 20년 전쯤 되겠네. 아저씨가 "어떤 거 주꼬"하면서 철문을 빙빙 돌리면 얼라들이 결정을 못해. 돈은 하나 살돈 밖에 없는데 이거도 먹고 싶고 저거도 먹고 싶고 하니까 얼마나 고민되겠습니꺼. 지금이야 저 어미가 아무리 줘도 배 불러서 안 먹을라 할거만은.

맞습니더. 내 거는 아줌마가 내를 막 구워서 주면 누런 설탕물 뚝뚝 흘리면서 먹는 그 맛 아입니꺼. 뜨거워서 혀도 못대겠다 하면서도 식기 전에 먹겠다고 난리도 아니었지예. 뜨거운 단맛이 목에 넘어가는 순간 추위가 확 달아나는 그 맛에 먹는 게 호떡 아니겠습니꺼. 몇 시고 지금, 벌써 시간이 이리 됐나, 나 갈랍니더. 그럼 들어가이시더.

경남도민일보 박종순 기자 yard@idomin.com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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