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뉴스


[경향포럼]세계 청소년 연대를 바라며

글씨 확대 글씨 축소

뉴스 기사
〈나임윤경/ 연세대교수 문화학과〉

지난 13일 8·15 광복을 맞아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청소년 역사모임’(이하 역사모임)이 꾸린 11명의 ‘일본군 위안부 항의 방문단’이 일본을 방문했다. 방일 동안 그들이 수행한 일정 중에는 일본 청소년들과 총리에게 띄우는 서신 낭독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골자는 각각 ‘타국인들에게 고통을 준 일본 역사에 대해 기억할 것과 진정한 평화를 위해 전쟁에 대해 반성할 것’을, 그리고 ‘일본군 전쟁 피해-생존자 여성문제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함으로써 일본이 경제대국뿐 아니라 양심대국, 평화대국의 주축이 되기’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전쟁피해·인권문제 더 관심을-

역사모임 청소년들의 일본 방문에 대한 소식은 그날 저녁 TV와 신문, 인터넷을 통해 상세히 보도되었는데, 보도 내용과 관련해 인터뷰에 응한 몇몇 청소년들은 일본군 전쟁 피해-생존자 여성 문제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해 역사모임 청소년들의 진가(眞價)를 더욱 드러내 주었다.

시험성적이나 연예인에만 몰두했던 내 청소년 시절을 뒤돌아봐도 역사모임 청소년들의 활동은 의미 있는 행동이었음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들의 소식을 접하며, 베트남 청소년들도 베트남전 동안 한국 병사들이 현지 여성들과 함께 낳았지만 ‘버리고’ 온 자녀들의 문제로 우리나라를 항의 방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일본군 전쟁 피해-생존자 여성 문제는 일본 정부가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강제한 결과이고, 베트남 전쟁 고아 문제는 한국 군인과 베트남 여성 개인의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라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피해-생존자 여성들과, 베트남 고아와 그 어머니들은 원치 않았던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 일부가 다른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어른들이 저지른 일로 인해 청소년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서로의 잘못을 상기시키고 사과를 구하는 것은 보고 있기도, 상상하기도 민망한 일이다. 그들이 기성세대보다 좀더 열린 마음으로 만나고 소통하면서 인류 평화를 위해 연대하기를 희망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 청소년들은 민족과 국적을 초월해 일본 전쟁 피해-생존자 여성과, 베트남 전쟁고아와 그 어머니들에게 가해진 인권침해라는 공통적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과 베트남 청소년들이 가해국의 청소년과 지도자에게 잘못에 대한 기억과 반성을 촉구하기보다, ‘남성들의 성적(性的) 욕망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한다’는 믿음 때문에 전세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인신매매와 인권유린 문제해결을 위해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열린 맘으로 소통, 평화 이루길-

월남전 동안 미국 병사들이 베트남 여성들과의 사이에 낳았으나 버리고 간 아이들은 약 60만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국제적십자사연맹을 통해 모두 미국으로 데려갔다. 그에 반해 우리 정부는 한국 ‘아버지’들이 버리고 온 베트남 아이들이 몇 명인지도 모르고 있다.

이 때문에 베트남을 여행했던 나의 지인들은 베트남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미안해져서 한국인을 아버지로 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알려진 도시를 일부러 방문하곤 한다. 물론 한국에도 미국인을 아버지로 두었으나 버려진 자녀들은 수없이 많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 베트남, 일본, 그리고 한국 청소년들은 물론 세계의 모든 청소년들은 어떤 개인의 성적 욕망 때문에 그와 똑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들이 도구처럼 활용되고 버려져서는 안 된다는 그 자명한 진리 실현을 위해 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역사모임 청소년들이 다음 단계에 주도했으면 하고 바라는 과제이다. “청소년 여러분, 어른들이 자꾸 과제만 넘겨주어서 미안합니다.”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향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지구촌 화제

지구촌 화제 더보기

사진·영상으로 보는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