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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몰리는 친박들... '결단의 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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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손병관 기자]
안강민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오른쪽)이 7일 여의도 당사에서 인천, 경기, 강원, 충북 지역에 대한 공천심사를 마친 뒤 이방호 사무총장과 함께 당사를 나가고 있다.
ⓒ 유성호
한나라당의 18대 총선 공천이 영남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마무리되는 가운데 낙천자들의 반발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의 지지세가 강한 영남권과 서울 강남의 공천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 지역의 공천 결과에 따라 무소속 출마자들이 크게 늘어나는 등 선거 판도에도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9일 현재 245개 지역구 중 162곳의 공천을 확정했다.


특히 8일에는 계파가 다른 두 명의 여성 비례대표 의원의 희비가 엇갈렸는데, 이명박계의 전여옥 의원이 지역구의 고진화 의원을 제치고 서울 영등포갑 공천을 받아낸 데 반해 박근혜계의 송영선 의원은 안양 동안갑에서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분루를 삼켜야 했다. 공학박사 출신의 권기균 부대변인은 유정현 전 SBS 아나운서와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라는 막강한 경쟁자들을 누르고 동작갑 공천을 따내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명박계는 100명... 박근혜계는 40명도 어려워


4.9총선 한나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신동욱(서울 중랑을) 백석 문화대 교수와 공천후보자연대 회원들이 7일 여의도 당사 앞에서 강재섭 대표와 공천심사위원회를 비난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 유성호

한나라당은 이로써 영남권 58곳과 서울 강남 9곳, 강원 5곳 등 전략요충지를 포함해 84곳의 공천자 발표만을 남겨놓은 상태다. 이 중에서 공천을 아직 받지 못한 박근혜계 의원은 24명으로, 이들의 탈락 비율에 따라 박근혜계의 대응 수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9일 현재 공천을 받은 박근혜계 후보는 24명으로, 공천자 수가 최대 40명을 넘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범이명박계 공천자 수는 일부 중립인사들을 제외하고도 100명을 훌쩍 넘겼다.


경기지역 공천에서 측근 한선교·이규택 의원이 탈락하자 '표적공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박근혜 전 대표로서는 영남권 공천을 지켜본 뒤 마지막 결단을 내릴 시점에 온 셈이다.


박 전 대표의 입장 발표를 기다리지 않고 탈당 등 독자 행보를 고집하는 의원이 나오는 상황도 박 전 대표를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4선의 이규택 의원은 9일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지령에 따라 짜맞춘 공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공천 재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탈당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가 나이가 많아서 공천을 안 준다고 하는데, 이번에 공천받은 사람(이범관 전 서울지검장)이 나보다 1살 적은 66세"라며 "나이가 문제라면 훨씬 젊은 사람에 공천을 줘야하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자산이 법적·도덕적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2000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가혹한 수사를 지휘한 전직 검찰간부에게 공천을 주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게 이 의원의 얘기다.


특히 이 의원은 "얼마 전 만난 이방호 사무총장에게 '내가 공천을 받을 수 있겠냐'고 묻자 '별 일 있겠냐'고 답하더라"며 "한나라당이 이 정도로 신의가 없는 정당인 줄은 몰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고진화 "표절의혹 전여옥을 공천? 당이 나를 내쫓는 형국"


한나라당 공천에서 범이명박계가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공천 결과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낙천자들의 '이유있는' 항변도 속속 터져나오고 있다.


전여옥 의원에게 지역구를 내주게 된 고진화 의원은 9일 기자회견에서 "아파트 한 채 없고, 땅도 없으며, 권력을 이용해 주식투자,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축적하지 못한 저는 능력 없는 사람이며, 논문을 표절해서라도 학위를 받고, 베껴서라도 베스트셀러를 만들고 법의 심판을 비웃지 못한 저는 자격 없는 사람"이라고 개탄했다.


그는 전여옥 의원의 아킬레스건이라고 할 수 있는 표절 문제를 거론하며 당을 공격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부는 코드 인사, 계보 정치를 뛰어넘어 봉건영주 가계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독재 정부에나 있었던 정치 보복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친형공천, 철새공천도 모자라 표절공천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표절 정부, 표절 의회 더 나아가 표절 공화국! 가문의 영광을 재현할 지는 모르지만 미래 실용주의와 국민을 섬기는 정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고 의원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실상 당이 나를 내쫓고 있는 형국 아니냐"며 "나 처럼 억울한 당내 사람들과 구체적 진로를 상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광진을에 공천신청했다 탈락한 길기연 한나라당 당협위원장(왼쪽)과 지지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앞에서 '길기연 위원장이 토사구팽 당했다'며 퍼포먼스와 집회를 열고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나라당 광진을 당원협의회 회원들은 길기연 위원장이 토파구팽 당했다는 뜻으로 호랑이 인형을 가마솥에 끓이는 퍼포먼스를 했다.
ⓒ 이종호

강원 태백·영월·평창·정선에 공천을 신청했다가 떨어진 김용학 변호사(16대 의원)도 "최종경합에 올라오지도 못했던 김택기 전 의원이 공천을 받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한국자동차보험 사장을 지낸 93년 국회 노동위 소속 의원들에게 돈 봉투 로비를 시도했다가 이듬해 구속 기소되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다. 금고형 이상을 받은 사람에게 공천 자격을 주지 않는 한나라당 당규에도 맞지 않는 인물인데, 공심위가 비리 인사에게 특혜를 베풀었다는 주장이다.


1988년 총선에서 민정당 후보로 출마했던 김 전 의원이 2000년 민주당, 2003년 열린우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가 이번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것도 정치적 소신 없이 양지만을 쫓아다닌다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김 변호사는 "강원도에도 철새 도래지가 많이 있지만 이런 정치인 철새는 전후무후하다"며 "통합민주당은 공천 혁신으로 새 바람을 일으키는데, 우리는 국민 앞에 선언했던 원칙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며 공심위의 재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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