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집중기획]“비정규직의 200일 거리 호소가 떼쓰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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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격해지는 ‘勞·政 떼법 전선’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전선이 쳐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시위나 파업을 ‘떼법’으로 간주하는 새 정부와 ‘생존의 몸부림’으로 맞서는 노동계 간의 대치다. 노동 현안과 파업을 보는 노·정 간 시각차가 뚜렷하고, 사업주나 제3의 조정자가 빠진 채 ‘강 대 강’으로 내달리는 노동현장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떼법’ 논쟁은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점화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9일 법무부 업무보고에서 “떼법을 몰아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법과 질서보다 떼쓰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파업을 일종의 ‘떼법’으로 본 것이다. 앞서 1월 당선인 신년사에서는 “떼법이니 정서법이니 하는 말을 우리 사전에서 지워버리자”고 화두를 던졌다. 이에 맞춰 노동부는 지난 1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상적인 파업과 불법 파업의 분리 대응’ 방침을 구체화했다. 법 테두리 밖의 시위나 파업은 강한 공권력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이 대통령과 새 정부의 노동정책 구상이 ‘떼법’이란 한 단어에 상징적으로 압축돼 있는 셈이다.

노동계는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고 받아치고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파업권을 떼쓰기로 몰아붙이는 시각에 고개를 젓고, 사측이 뒷짐을 진 노·사 문제에 대해 제3 조정기구의 중재력을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천막농성장이 강제 철거된 뒤에도 195일째 농성을 진행 중인 코스콤 비정규직노조 황영수 지부장은 “법원도, 노동부도 회사의 불법 파견 사실을 인정했는데 회사는 아무런 조치없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비정규직 노동자 78명이 불법 파견을 시정하고 노조 지위를 인정해달라며 200일 가까이 거리에서 호소하는 게 떼냐”면서 “떼쓰기를 하는 것은 노조가 아니라 사측”이라고 말한다.

이 문제로 청와대 앞에서 12일째 단식농성 중인 사무금융노조 정용건 위원장은 “사측과 몇 차례 교섭을 했지만 ‘고용은 교섭대상이 아니다’ ‘준(準)공기업이라 중재할 사람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부도 뒷짐지고 회사도 모른 척하니 대체 누구와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막막해 했다.

KTX와 이랜드의 비정규직 문제도 해를 넘겼으나 여전히 답보상태다. 25m 상공 철탑에서 99일째 고공농성 중인 GM대우 비정규지부 이대우 지회장은 “지난 1월29일 대통령이 공장을 방문해 ‘모범적인 노사화합의 장’이라고 극찬했는데 바로 옆에서 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보이지도 않는 것이냐”며 대통령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전국 28개 파업현장 중 정부 인사가 찾아간 곳은 한 곳도 없었다는 지적이다.

떼법 갈등은 감정적 충돌까지 더해져 올해 노·정 간 현안마다 확대 진행될 조짐이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비정규직 농성은 기본적인 생존과 인권에 대한 문제가 많다”면서 “새 정부가 겉으로 나타나는 기업경영 문제만 신경쓸 게 아니라 왜 이들이 생업을 내걸고 파업에 나서는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장은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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