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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前대통령 생가 피살사건 범행에 의문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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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범행후 현장 알몸 배회..'우발 범행 맞나'


동기 제대로 못 밝혀..부실수사 논란 일듯




(구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보존회장 피살 사건과 관련해 27일 1차 경찰 수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피의자 강모(27) 씨의 범행 동기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기행(奇行)에 가까운 그의 살인 행각을 볼 때 '홧김에 저지른' 우발적 범죄로 결론 맺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경찰은 "강 씨는 비정상적 정신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살인을 했다"는 결론 외에 설득력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해 '부실 수사'란 지적을 받고 있다.



◇ 왜 옷 벗기고 벗었나 = 구미 경찰서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 26일 오후 6시15분께 검은색 트레이닝복 하의만 입은 상태로 생가보존회장인 김재학(81) 씨를 마구 폭행해 숨지게 한 뒤 김 씨를 탁자 위에 반듯하게 눕혔다.



그는 이후 김 씨의 옷을 모두 벗기고 손과 다리를 묶은 뒤 자신도 하의를 벗고 알몸 상태로 시신 주변을 서성거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특정 '의식'을 연상시키는 이런 행동과 관련, 경찰은 "강 씨가 (이에 대해)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며 이유를 밝히지 못했다.



경찰은 강 씨가 사무실에 쓰레기가 떨어진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등 결벽증이 심했다는 점을 앞세워 사건 당시 옷에 피가 묻자 이를 못 참아 그런 일을 했을 거라고 설명했지만 이 조차도 증거가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



경찰은 검사 결과 강 씨가 술을 마시거나 마약을 복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그 외의 환각 물질 복용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구미 경찰서 관계자는 "병력이 확인되는 2000년 이후에는 강 씨가 정신병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없었다"며 "의료기관에 정밀 정신 감정을 의뢰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해명했다.



◇ 왜 도망가지 않았나 = 범행 이후 강 씨의 행동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강 씨는 살인을 저지른 뒤 현장을 떠나지 않고 김 씨의 시신 주변을 수 분 동안 배회하다가 경찰이 나타나자 비로소 도망쳤다.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대담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강 씨는 현장에서 500m 떨어진 공터에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3명과의 격투 끝에 붙잡혔지만 검거 이후에는 이상하게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강 씨를 붙잡은 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강씨가) 알몸이라 우의를 덮어주고 수갑을 채웠는데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았고 말도 없었다"며 "처음에는 술에 취한 건지 정신이 멀쩡한 건지 구분이 안됐다"고 말했다.



강 씨는 또 사건 발생 약 18시간 전인 26일 0시께 박 전 대통령 생가를 처음 찾은 뒤 같은 날 오후 4시30분께 다시 현장에 나타난 것으로 밝혀져 '우연히 생가에 들려 범행을 저질렀다'는 경찰 설명에 의구심을 더하고 있다.



◇ 전날 양복 차림..무슨 일 있었나 = 사건이 일어나기 전 행적도 미스터리다.



에어컨 설치 업체에서 보조 기사로 근무했던 강 씨는 평소 사무실 바닥에 찍힌 흙 발자국을 보면 자신이 직접 밀대로 깨끗이 미는 등 결벽증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강 씨는 사건 전날인 25일 심상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



평소 입던 작업복 대신 양복을 입고 출근, 회사 주변을 돌아다니며 쓰레기를 주워온 뒤 사무실 책상 위에 가지런히 정돈해 놨다. 평소 쓰레기만 보면 곧바로 치웠던 그로선 뜻밖의 행동이었던 셈.



강 씨의 고용 업체 대표는 경찰 조사에서 "25일 평소에 안하는 행동을 해 다음날 쉬라고 했는데 하필 그 때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가 쓰레기를 줍는 것을 말려서 화가 나서 살해했다"는 강 씨의 진술 외에 뚜렷한 범행 동기를 밝혀내지 못해 사건 전 강 씨가 만난 사람들을 탐문 수사로 찾고 있다.



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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